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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2012-07-21 11:02:44 입력

▲ 이창민/외과전문의
올해 7월1일부터 포괄수가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기존의 의료 행위에 대한 비용 청구방식은 행위별수가제였다.

충수절제술(맹장수술)을 예로 들자면 행위별수가제의 경우 수술의 방법, 수술 시간, 사용한 재료, 입원 일수, 사용한 약 등 환자 치료에 투입된 원가에 맞추어 요금이 유동적으로 책정되는 방식이었다.

반면 포괄수가제는 이러한 원가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똑같은 요금이 매겨지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재료를 쓰던 나쁜 재료를 쓰던 병원에 내야 하는 요금은 똑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괄수가제는 모든 질환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치질수술, 탈장수술, 맹장수술,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등 7개 항목에만 적용되며 향후 점차 포괄수가제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견된다.

그간 정부에서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하여 친절하게 다방면으로 홍보하여 왔기에 많은 분들이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하셨으리라 여겨진다. 이에 여기서는 정부가 미처 전달해 주지 못한 사항을 이미 일어났거나 앞으로 충분히 일어나리라 예견될 만한 사례의 형식으로 추가로 언급하고자 한다.

사례 1. 어제 맹장수술을 받은 할머니는 그간 허약해진 몸을 추스리고자 고가의 좋은 영양 주사를 추가로 맞고자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포괄수가제라서 안된다고 한다. 할머니는 돈만 밝히는 병원이라고 한편 생각하면서 그러면 내가 돈을 더 낼테니 영양 주사를 놔 달라고 한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추가로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라 그것도 안된다고 한다. 할머니는 내 돈 내고 내가 치료 받겠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한다.

사례 2. 그저께 치질 수술을 받은 할아버지는 오늘 상태가 괜찮으니 퇴원하시라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는다. 병원에서는 포괄수가제 시행 이후 입원 기간이 장기화되면 병원에 다소 손해이니 이해해 주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 통증이 가시지 않았고 딱히 집에서 간호해 줄 사람도 없어서 더 입원하고 싶지만 퇴원을 하라는 병원이 은근히 야속하다. 이 역시 내 돈을 더 내고라도 입원을 더 하겠다고 해도 그 자체가 불법이라 안된단다.

사례 3.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들의 진료 위축”이라며 “환자를 위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고품질 재료를 사용해 수술해야 하지만 병원 경영상 저가의 재료로 수술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결국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분만병원협회 강중구 회장 언론 인터뷰 내용

뭐가 문제일까? 돈만 밝히는 병원이 문제일까?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되면 대부분의 경우 근본 제도에 대한 모순 여부를 짚어보기 보다는 일단은 당사자인 환자와 병원간 애꿎은 다툼부터 발생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어쨌거나 이미 포괄수가제는 시행되었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단행한 데에는 국민들에게 좀 더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는 의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한번 믿어본다.

시행 후 예견되거나 포착되어지는 부작용들은 시행 초기에 의례껏 발생되는 과도기 증상이라고 애써 치부해 본다. 가뜩이나 사는 것이 팍팍하여 사람들끼리 언성 높이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우리 사회에서, 분쟁의 원인이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개인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되는 허탈한 일이 발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헛된 기우에 불과한 것이기를 다시 한번 바란다.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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