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날(5월10일)’ 특별기고
국민 한 사람의 삶이 지탱되는 기본 조건과 뼈대는 오로지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하거나 결정된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사회적 차원의 다양한 조건과 형틀이라 부를 수 있는 일단의 사회시스템이 제공하거나 제한하는 것들에 영향 받는 측면이 때론 더욱 강하기 때문이다. 투표란 바로 사회시스템을 정비, 운영할 사람들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행위이며 자신의 삶과 투표행위가 얼마나 밀접하게 엮여있는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사회를 움직이는 주된 동력과 법칙들이 협소한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토록 기능하고 작동된다면 대다수 유권자들의 삶은 왜곡되어 위태롭게 될 것이다.
이득을 얻게 함으로써 모든 계층을 만족시키는 정책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격차의 최소화가 과제다.) 이를테면 반값 등록금을 주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당은 대학생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며, 쌀 수입을 막겠다는 정당은 농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 형태가 자연스러운 정당과 유권자간의 구조적 관계다. 따라서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정한 정치참여수단인 투표권의 가치를 경시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청렴하고 유능한 정치인은 표로서 힘을 실어주되, 부패하여 무능한 정치인은 당연히 표로서 외면시켜야 한다. 이처럼 중요한 권력이 투표행위임을 모든 유권자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파, 노선, 지향점과 무관하게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정치집단이나 개인은 없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모여 나라를 이끌어 갈 정치인을 탄생케 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투표는 유권자 개인을 대표해서 수행해야 하는 엄중한 임무를 정당이나 특정인물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즉,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주권행사 행위이다. 투표의 결과에 따라 국가 운영의 여러 행태가 달라지게 되며, 유권자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투표에 대한 우리의 권리는 의무에 가까우며 투표에 참여치 않는 사람은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도 항의할 권리도 자격도 없게 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투표행위로 실책과 성과에 대해 심판 받거나 보상 받는다. 때문에 투표층이 두터운 계층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며 그런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한 수많은 공약과 정책 발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겠다. 그런데 투표하지 않는 국민을 어떤 정치인이 관심 갖거나 두려워하겠는가. 투표행위란 유능한 인물이 선출됨과 동시에 부적합한 인물은 낙마시키는 것이므로 투표율이 높은 사회일수록 꾸준히 발전할 가능성이 그만큼 열려 있는 것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관심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정치인들의 입에서 자주 등장했던 정치용어 중 ‘포퓰리즘’이란 말이 있다. 간략하게 말하면 표를 의식한 공약이란 뜻이다. 평범한 일반 유권자가 후보자의 단순한 포퓰리즘적 공약인지 약속을 이행키 위한 확고한 의지를 담고 있는 공약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후보자의 인간적 자질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봉사정신이 남다르고 성실한 사람인지, 민의에 충실할 사람인지, 연고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인지 두루두루 살펴보아야 한다. 공정사회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에 철저한 사람의 공약에 비해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선거법 위반도 서슴지 않는 후보자의 공약을 믿을 수는 없다.
우리는 5월10일 2번째로 맞는 유권자의 날을 맞이하여 유권자의 권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권리인 참여와 투표로써 올바른 정치인을 선출하여 우리가 원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한 정치인을 탓할 게 아니라 유권자 스스로 올바른 정치인을 선출하여 부정한 정치인을 투표로써 심판할 수 있는 권리는 유권자만이 가진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권자 모두가 정치인들의 공약에 기대를 거는 만큼 그들의 부정행위도 날카롭게 감시하려는 태도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유권자들 속에서 선출된 정치인이라면 우리 사회를 더욱 밝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