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경찰서가 방화사건 범인을 석달째 잡지 못해 ‘무능력’ 시비에 빠져들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대부분 윤곽이 잡힌 상태여서 이 ‘무능력’ 시비는 증거인멸·은폐조작수사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19일 동두천시 광암동 한 미용실이 누군가에 의해 불에 탔다. 이 방화사건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동두천 미용실 미군 강도방화사건 해결 경기북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유력한 용의자인 미2사단 티모시 일병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각종 정황과 근거있는 증거들을 속속 발견해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양주경찰서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발표 하나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범인을 못잡는 것인지 안잡는 것인지 각종 의혹을 고스란히 감내하면서 말이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의혹은 대략 6가지다. 요지는 양주경찰서가 미군의 눈치를 보며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조작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경찰이 아니라 미군호위병이라는 주장이다.
양주경찰서는 7월27일 이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고 반격에 나섰으나, 오히려 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은 범죄 미군이 현장에 남긴 유력한 증거였던 ‘Fuck You’ 욕설을 피해자 동의 없이 몰래 와서 삭제하다 걸리자 ‘국과수에서 성분조사를 더 해오라고 했다’고 변명했다”며 “그러나 그 밑에 흘린 메니큐어 성분은 더욱 양이 많았다”고 밝히고 있다.
또 “경찰은 미군수사대가 피해자 동의없이 사고현장에 와서 결정적인 증거품을 훔쳐가는 것을 방치했다”며 “특히 사건 당일인 5월19일 티모시 일병을 본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약물에 취한 것처럼 보였는데 약물검사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양주경찰서의 은폐수사를 계속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양주경찰서는 지금 여론의 흐름대로라면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방화사건이 범인을 잡는데 석달 이상 시간이 필요할만큼 난해한 사건인지 시민들은 궁금할 따름이다. 차라리 한미행정협정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달라고 선언하는 게 현명한 처신일지도 모른다. 시민단체의 행동과 주장을 맹목적인 반미선동으로 치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은 있게 마련이다. 양주경찰서의 용기있는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