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대 교수 출신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배포를 가늠하게 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안병용 시장은 취임 뒤인 2010년 12월 뉴타운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공청회 취소를 요구하자 “나는 44만 시민들이 뽑은 자랑스런 시장인데, 어디다 호루라기를 불며 삿대질을 하냐”고 핏대를 세우고 호통을 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시청 로비를 점거한 주민들에게는 “누울 자릴 보고 똥을 싸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의정부시의회 이종화 의원과는 공무원 인사 문제로 쌍욕까지 주고 받았다.
이처럼 ‘21년 행정학 박사’의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안 시장은 기분이 상하면 이를 감정적으로 곧잘 표출한다. 그러다보니 해괴한 사건도 벌어졌다. 의정부시의회 강세창 의원이 지난 1월 페이스북을 통해 ▲호원IC 생쇼 ▲고산동 생쇼 ▲인사말 길게하기 생쇼 ▲인사이동 자주하기 생쇼 ▲공천 아첨 생쇼 등을 거론하며 안 시장을 ‘생쇼 종결자’라고 맹비난하자 내용증명을 보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으르렁거렸다. 강 의원이 반발하자 제2차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이해못할 대처를 일삼다 사과하는 일까지 벌였다. 비판적인 언론을 상대로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민주당 출신인 경기도의회 김경호 의장의 의전 문제로 경기도 전체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의정부시 의전지침에 도의회 의장은 축사 범위에 없다는 이유로 축사를 배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 자르듯 배제한 게 아니라 8월26일부터 ‘갑자기’ 축사 시간을 없앴다. 김 의장은 7월16일 의장이 됐는데 8월26일 이전에는 축사를 했다고 한다. 경기도의회가 발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이유는 안 시장의 재선 도전에 김 의장이 당내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 행사에서 그깟 축사 한 번 한다고 선거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여서 옹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설사 도움이 된들 같은 민주당 식구이기도 하고, 여야 따지지 말고 의정부 최초로 도의회 의장이 된 정치인에게 그깟 축사 시간 1~2분 배려해줬다면, 안 시장은 배포가 큰 인물로 비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굴러들어온 공을 걷어찼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 시장은 지난 9월6일 고향인 충북 괴산에서 열린 고추축제 개막식에 금의환향하여 귀빈대접을 받으며 축사를 했다고 한다. 역지사지다. 안 시장은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지만 말고 나누는 정치, 베푸는 정치, 통 큰 정치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얼마 전 홍문종 국회의원의 발상인 ‘의정부·양주 2개시 통합’에 적극 동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인이 현삼식 양주시장을 만나 담판을 짓고, 양주시에 모든 것을 양보하고, 시장 불출마 선언도 하면 순수성을 의심받지는 않을텐데, 그냥 “의정부·양주 2개시 통합도 가치 있는 일”이라며 욕심만 부리니 답답한 노릇이다. 통 큰 배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