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이후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뼈 마디마디마다 전쟁의 상흔을 안고, 한반도 허리에서 무거운 역사의 짐을 지고 살아온 곳이 바로 동두천, 동두천시민들이다.
60년이 넘도록 시 전체 면적의 42%를 미군기지에 내어주고 28%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온갖 그물 규제에 개발이 제한되고 다른 지역과의 역차별을 온몸으로 겪었지만 동두천에게 돌아온 것은 ‘기지촌’이라는 가슴 아픈 오명뿐이었다.
미군기지 이전이 결정되었을 때는 어떠했나. 손발이 묶여 개발도 안 되고 기지촌이라는 오명 속에 마치 버려진 땅처럼 여겨지던 곳에서 그나마 미군기지에 의존했던 상권마저 무너지는 비참한 상황에 처했다.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국가의 일방적인 결정에 말없이 따라야 했던 동두천은 18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해주는 평택을 바라보면서, 또 ‘용산공원조성특별법’으로 엄청난 부지를 제공받고 1조5천억원의 추가지원을 받는 용산을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깊은 상실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동두천은 미군기지 이전을 기회로 관광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교육환경 개선에 힘쓰면서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동두천의 자존심을 되찾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구기 시작했다. 드디어 굴레와도 같았던 기지촌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이전을 지연하더니 결국 한마디 사전협의나 통지도 없이 약속을 뒤집고 미군기지를 다시 잔류시킨다니…. 그야말로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 60년간 조용히 희생을 감수했던 동두천시민들이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서게 된 이유다.
이미 경기개발연구원에서 2011년으로 예정되었던 미군기지 이전이 2014년으로 미뤄지면서 3년간 총 9천958억원의 지역경제 손실을 입게 되었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미군기지 이전 이후에 속속들이 계획되어 있던 대학 이전과 개발사업들이 추진되지 못하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해본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더군다나 ‘기지촌’ 이미지로 겪어야 하는 고통은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인구가 유출되고 관광산업이 피해를 입고 투자유치에 부진을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에 더해서 60년간 받았던 그물 규제의 고통까지 다시 겪어야 한다니, 동두천시민 입장에서 서럽고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또 다시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받지는 않을 것이다. 한 마디 협의나 통지도 없이, 그 어떤 국가 차원의 대책이나 배려도 없이, 미군기지 이전을 전제로 추진했던 사업을 모조리 뭉개 버리는 이번 미군기지 잔류결정을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계획대로 미2사단은 평택으로 가고 약속대로 미2사단 공여지는 전부 반환되어야 한다. 또한 이중삼중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뒤통수까지 얻어맞으며 고통 받는 동두천 전 지역을 국가지원도시로 지정하고 미군공여지를 무상으로 양여해야 한다. 60년 혹한의 겨울을 홀로 견디고 겨우 맞이하게 된 봄이다. 이 동두천의 봄을 짓밟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