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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같이 늙어가자구, 엉?-2
  2006-05-06 10:57:3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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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부인(차태현 엄마)한테서 전화왔어요. 아들 결혼 6월1일로 날 잡았다구요.”
“그래? 신부도 같은 연예인이래?”
“아뇨 보통 아가씨래요. 동두천까지 대부대를 이끌고 오기가 여간 심각하지 않으니 내일 일가 친척들을 모두 집에 모아두겠다며 한복자료만 갖고 올라와서 맞추어 달라고 하네요?”

“그래야지. 그럼 결혼식장은 어디래?”
“워커힐이래요. 그리고 내일 태현이가 바닷가재 산다고 아빠랑 꼭 같이 오라는데 어쩔거에요?”
“아흐! 나 원고가 밀려서 시간없어. 은혜랑 둘이서 갔다옴 안돼?”
“에그 참! 아 재치부인이 당신 꼭 데리고 와야 한다는데 은혠 왜 데려가우?”
“그래? 알았어. 가자구 그럼”

이튿날 저녁 나절에 여의도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 바닷가재를 실컷 먹은 뒤 친구네 집 응접실에서 2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 한복을 일일이 구색을 갖추어 맞추느라고 어느새 시간이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태현이가 대방역까지 데려다 주고는 부랴부랴 야간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마누라는 파김치가 되어 전철 의자에 앉자마자 조그맣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이 나이 되도록 김가다는 한 두번 겪은 일도 아니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막차에는 가끔씩 얼토당토 않은 해프닝이 곧잘 벌어지곤 했었다. 대체로 세상만사 골치 아파 살기 힘들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술취한 사람들이 그랬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 술취한 사나이가 몸의 중심을 잃은 채 전철 손잡이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김가다 부부를 내려보며 게걸게걸 말을 걸어왔다. 마늘양념 냄새와 술 냄새가 역겹게 풍겨왔다. 그의 입에서 비적비적 새어나오는 말이 겨간 비윗장이 상하는 게 아니었다.

“요즘 젊은 여자들은 싸가지가 없어가지고 나이 많은 늙은이가 앞에 섰어도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라. 예의란 파리 똥만큼도 읍써! 세상이 개같아지니깐 인정도 가물어 들어갖구 말이야, 젠장헐! 잠든척 눈 딱 감고 말야. 젠장헐!”
깜짝 놀란 김가다가 자꾸만 실쩍대는 사나이를 난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마누라 말씀입니까? 우리 마누라도 오늘 몸이 영 말이 아니거든요. 하루종일 일하느라고 이렇게 파김치가 되갖구성...그나저나 아저씨 나이가 뭐 나보다도 몇 살 아래 같은데...한 50 잡쉈쑤?”
사나이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는 듯 오도깝스레 낄낄거리며 말했다.

“뭐셔? 이 여자가 당신 마누라라구? 흐흐흐 이거 왜 이러슈? 엉? 내 눈깔에 뭐 해태껍질 씐 줄 아셔?”
“하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이 사람은 제 마누라가 틀림없습니다.”
“흐흐흐 이보셔 형씨, 사람 맹물로 보지마셔. 엉? 딸같은 여자를 마누라라구? 내 눈은 못 속여. 내가 알아맞춰봐? 이 여자는 당신 마누라가 아니구 크흐흐흐 요고지 요거?”

그러면서 사나이가 김가다의 눈 앞에다 새끼손가락을 바짝 갖다대고 까딱까딱해 보였다. 그의 하는 행세가 김가다의 분노의 뇌관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어느새 마누라가 정신이 번쩍 났는지 김가다의 옆구리를 아프도록 꼬집었다. 모른척 참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미때는 늦은 뒤였다.

<다음호에 계속>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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