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었다. 1995년 여름. 운전면허를 딴 지 딱 두달 밖에 안 되었는데도 마누라는 겁도 없이 주일예배를 마치자마자 김가다를 옆에 태우고 의정부 시내로 차를 몰고 나갔었다. 그런대로 잘 나가던 아내가 갑자기 화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시, 시동이 꺼졌어요!”
“뭐야? 맹탕 시동이 꺼져? 어서 키를 죽어라 휘둘러봐!”
“아, 안돼요. 아구, 큰일났네. 어쩌지? 아니 왜 시동이 꺼지는거야?”
순식간에 차들이 까맣게 밀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차창 밖으로 목들을 기린처럼 잡아뺀 채로 악머구리처럼 빵빵거리고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김가다도 아내도 죽을상이 되어버렸다.
“화이고! 이거 큰일났네, 대로 한복판에서 이게 뭐야. 이놈의 길엔 교통순경도 하나 없나아?”
성경책을 든 채로 나와 서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쩔쩔 매고 있는 김가다의 어깨를 누군가 툭 쳤다. 햇볕에 반사가 되어서 머리가 반질반질 빛나는, 김가다보다 서너살 아래쯤 뵈는 들창눈이에다 얽박고석 스님이었다.
“보셔, 지금 머어하고 있는거야, 시방!”
“예? 보시다시피 갑자기 차가 시동이 꺼지는 바람에...”
“아 그럼 차를 밀어서 어디 한쪽으루 붙여 놓던강 혀야지 이기 무시기 이런 일이 있당강? 저거 좀 보셔잉. 차덜이 워떻기 서있나 좀 보더랑께로.”
김가다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차들이 끝도 안 보이게 새까맣게 늘어서 있었다. 사람들이 험악한 얼굴로 김가다 부부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이고...”
어쨌든 김가다는 울화통이 부글부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또 스님이 목젖이 빠져 달아나도록 소리를 질렀다.
“아, 빨리 빨리 차를 옆으로 밀어 내랑께로! 이보셔, 거기 섰는 보살님! 그렇게 참조기처럼 멀뚱허니 섰지만 말구 영감님허구 힘써서 빨리 차를 밀어 내라고오!”
같이 밀자는 소리는 않고 빨리 밀어내라고만 용골때질이었다. 게다가 영감님이란 말에 울뚝벨이 불끈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김가다가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 뭐라구 보살? 참조기? 이 순엉터리 땡초놈이 누구헌테 보살이라구 했! 보살이 뭐야 임마 보살이.”
“뭐, 뭐여? 땡초? 노오옴? 임마? 이런 형편읎는 중생놈을 보소?”
“에라이 땡초놈앗!”
김가다가 들고있던 성경책으로 땡초의 머리통을 냅다 후려치고 말았다.
“아코! 이눔바라. 뻘건 책으로 사람쳤어? 에에라 이놈!”
땡초가 김가다의 콧등에다 빨간 머리를 들이 박았다.
“빡!”
“아코!”
김가다의 코에서 코피가 쪼르르 흘러내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김가다가 땡초의 멱살을 와락 움켜잡았다. 사람들이 모두 목을 기린처럼 길다랗게 뽑아놓고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에 넋이 빠져 이제는 숫제 박장대소들 하고 있었다. 보다 못해 김가다의 아내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