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2번 알선받기도, 알선받은 사업장 이름도 주소도 몰라

오는 10월29일 의정부 외국인력지원에서 ‘경기북부 사업장변경 외국인노동자 실태 및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2012년 8월부터 사업주에게만 알선장을 배부하고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알선 여부만 문자로 알려주도록 제도가 변경되었다. 이전엔 원활한 구인‧구직 매칭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알선장을 배부했지만, 구직과정의 브로커 개입 문제로 이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직활동이 크게 제한된 외국인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제도가 변경되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 사업장을 변경한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그 실태조사가 진행되었다. 25명을 대상으로 구직과정을 모니터링하고 207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장변경도 어렵고 이후 사업장을 알선받아 취업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경제적 부담도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근로계약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 사업장변경이 어려워지자 이를 둘러싼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인권단체들은 3년의 근로계약은 사업장변경 자유가 제한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강제노동의 성격이 짙다며 예전처럼 1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사업장변경을 요구해 변경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34.7일이었고 임금체불로 인한 변경인 경우 평균 73일이 걸린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사업장변경을 조건으로 사업주가 금품을 요구하거나 임금을 포기하도록 한 경우가 48건으로 조사되었고 구체적인 금액으로는 금품요구가 평균 670,000원, 임금 포기 금액은 평균 1,370,000원이었다.

사업장변경 후 고용센터에 알선을 받아 재취업하기까지 평균 39.6일이 소요되었고 평균 알선횟수는 6.1회로 조사되었다. 이중 구직활동기간 3개월 동안 5회밖에 알선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된 경우도 있었으며 특히 여성의 경우 알선횟수가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센터 담당자는 사업주가 국적, 성별, 나이 등을 선택하여 알선을 요청하기 때문에 조건에 맞지 않으면 알선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구직활동 중 가장 어려운 문제로 의사소통을 꼽았으며 특히, 알선되면 문자로 알려주는데 사업장 지역과 전화번호가 전부여서 전화로 근로조건과 사업장 주소 등을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장에 면접을 보러 가야하는 데 결국,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교통비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그리고 취업이 되지 못하면 다음 알선문자가 올 때까지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구직활동에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58%에 불과했으며 이 중 5명은 금품요구를 경험했고 실재 금품을 건넸다고 응답한 외국인노동자도 있었다.

구직기간 중의 생활문제가 더 심각했다. 응답자의 66%는 친구의 기숙사를 이용하고 32%는 유료숙박시설은 이용했던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쉼터를 이용했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쉼터를 이용한 경우도 대부분 종교시설이었다. 실제 정부가 운영하는 쉼터는 없고 지원하는 시설도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1개월을 기준으로 구직기간 중 평균 숙박비용 319,545원, 식비 319,545원, 교통비 188,086원, 기타 생활비 253,696원으로 생활비가 평균 100만원을 넘어서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영 센터장(의정부 외국인력지원센터)은 “정부가 브로커 개입을 이유로 알선제도를 변경했지만, 오히려 구직활동이 크게 제한되는 등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부담 또한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하며 “현재 퇴직금을 담보하기 위한 출국만기보험제도 또한 출국 후 지급하도록 변경되었다. 알선제도도 출국만기보험제도도 당사자인 외국인 근로자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의정부외국인력지원센터, 남양주외국인복지센터, 포천나눔의집, 파주샬롬의집 등 경기북부 성공회 이주민지원단체가 주최한다. 주제발제는 류지호 상담팀장(의정부 외국인력지원센터)이 준비하고 토론자로는 김원경 상담팀장(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백신옥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페루자 통역사(의정부 외국인력지원센터)가 나서며 장동만 사무국장(남양주 외국인복지센터)의 사회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