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수준 이하의 언행으로 밑천을 다 보여줬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오만한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안병용 시장은 지난 2월5일 선고공판 1시간여 전에 본인의 페이스북에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선고되면 항소하지 않고 지체없이 시장직을 사퇴하려 합니다. 그러니 어쩌면 시장 마지막 날일 수 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걸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각종 행사장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특히 이날 오전 10시30분 한국마사회 의정부지사에서 열린 마음쉼터 개장식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검사가 얘기한대로 죄가 있다면 여러분이 증인이 되어 저에게 침을 뱉고, 저의 뺨을 때리고, 네가 아니라 그러더니 판사는 네가 죄가 있다 그랬다. 네가 두 시간 전에 약속한대로 물러가, 이 나쁜 놈아! 그렇게 해주세요!”라며 “대한민국 재판부가 저에게 시장을 관두라고 하면 저는 항소 안할 겁니다. 정말 무릎 꿇고 시청 앞에서 잘못했습니다. 저,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이제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기자회견 하고 한 시간 이내에 시장직을 사퇴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안 시장은 당일 오후 5시40분경 시청에 나타나 눈물을 줄줄 흘리며 사퇴 의사를 번복한 뒤 “저 안병용, 부끄러운 짓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안 시장의 언행에 대해 시민들과 정치권에서는 책임있는 시장으로서 제 정신인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 대다수다. 경솔했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의당과 노동당, 새누리당 등이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시장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안 시장에게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해질 것을 진심으로 권유해왔다. 안 시장은 초선 시절인 2010년 12월 뉴타운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나는 44만 시민들이 뽑은 자랑스런 시장인데, 어디다 호루라기를 불며 삿대질을 하냐”고 핏대를 세워 호통치며 “(당신들) 삶의 터전이 그게 뭐냐. 뉴타운은 서민의 눈물을 닦고 의정부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멸시했다.
당시 이종화 시의원과는 쌍욕까지 해가며 싸웠고, 강세창 시의원과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 각종 행사장에서는 본인이 주체가 되고 주인공이 되려 했다. 인사말을 수십분이나 해대는 것도 일상사였다.
급기야 지난 1월25일 일요일에는 화재 대참사로 경황이 없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시장 후보였던 강세창 전 시의원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모든 게 감정조절을 하지 못한 채 벌인 일들이다. 시장이라는 사람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남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 밑에 있는 공무원들은 오죽 피곤하겠는가. 공무원들이 피곤하면 시민들은 고통스러울 게 뻔하다.
신뢰는 사회를 움직이는 윤활유이자 생명수라는 말이 있다. 일련의 사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안 시장은 다시는 시민들에게 신뢰를 깨는 경솔한 언행을 자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