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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1
  2006-12-01 14:00:24 입력
돌이켜보기 너무도 가슴 아프고 슬픈 기억이긴 하지만 김가다의 어린 시절은 줄곧 굴왕신처럼 춥고 배고픈 찰가난의 세월이었다.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폐허의 거리를 김가다 또래의 어린이들은 뇌르끄레한 얼굴로 눈만 뜨면 먹을 것을 찾아 손가락을 입에 물고 거리를 방황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있을리 없었다.

아이들은 허기를 달랠길 없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칡뿌리를 캐어먹고, 먹으면 죽을지 살지도 모를 이상한 열매를 닥치는대로 입에 털어넣었다. 허구한 날 산나물죽으로 간신히 끼니를 때웠고 그나마 미국에서 보내준 가루우유랑 구호물자가 아니었으면 진즉부터 영양실조로 죽어간 아이들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뻑하면 미군은 물러가라며 붉은 프랑카드를 들고 거리를 누비며 악을 바락바락 쓰는 일부 젊은이들이 너무도 보기싫고 밉광스럽다.

“저희들 부모들이 그토록 참혹한 가난 속에서도 그들이 보내준 연필이랑 공책으로 공부했고 가루우유랑 옷가지를 걸치고 그나마 목숨 부지하고 살아내느라고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데...그리고 세계 10위권의 오늘의 경제대국을 일구워 내느라고 얼마나 고혈을 내리며 뼈가 마르도록 고생했는데. 이제 와서 늙고 병든 부모들을 외로움의 바다로 내어몰고 쾌락의 온상에서 철딱서니 없이 희희낙락 거리며 세월의 무덤을 파는 꼴이라니...”

그 당시에는 너나할 것 없이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난이 숙명처럼 느껴졌던 때라서 요즘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부러워할 만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김가다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목구멍에 풀칠하기 조차 힘든 시절에도 어른들은 술마실 돈은 따로 차고 있었던 모양 읍내에 있는 커다란 양조장 안에는 언제나 하얀 쌀밥이 마당 가득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술밥이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고두밥이라고 했다. 중학교 1학년생이던 김가다는 학교에 갈 때마다 아버지 몰래 책은 모두 꺼내어 뒤곁에 있는 빈장독 속에 감추어 놓고 빈가방만 들고 학교길을 나섰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 양조장에 물 마시러 들어온 것처럼 사람들의 눈치를 흘금거리며 그 술밥을 가방에 쓸어담고는 죽을동 살동 모르고 걸음아 날 살려라 논틀밭틀 사이를 내 달렸다.

그 때 가방 속에 몰래 담아온 술밥이 훔쳐온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 한마디 없이 수저를 입으로 가져갔던 아버지의 눈시울이 빨갛게 물들었던 기억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김가다가 가난이 진짜로 실감났던 때는 고학으로 공부하던 대학시절이었다. 점심을 굶고 다니던 일을 진짜 밥먹듯 했고 차비가 없어서 20리도 넘는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다녔던 나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허구한 날 형편이 좀 나은 친구들에게 버스표를 구걸했는데 그 짓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때 가난이 정말 진절머리 났었다. 어쨌거나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요즘 같아서는 내가 왠 복으로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나 싶은 것이 이게 정말 생시인가 싶을 정도다. 하여간에 요즘은 전혀 돈 걱정을 않고 살기 때문이다.

김가다가 돈 걱정을 전혀 않고 산다는 것은 돈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마구 넘쳐난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하루 만원 한 장만 들고나가도 무엇을 먹든 배 탕탕 두드리고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살 수 있는 현실이라는 뜻이다. 그런 어느 날 나이 50이 넘어서야 겨우 장가를 가서 토끼같은 아이 둘을 낳아 입이 찢어져라 벙실대며 머리통이 하도 괴상하게 생겨서 송이버섯이란 별명이 붙어있는 후배 하나가 찾아왔다. 그는 죽으면 죽었지 강남을 떠나서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가서 살 수 없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푹팍대는 병적인 강남파였다. 그의 아내는 나이가 마흔을 넘은 조선족 과부였는데 그나마 처갓집 식구들이 먹고 살 만큼 돈을 퍼주고 데려온 알금뱅이 아내였다. 
<계속>

경기북부시민신문(master@sim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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