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경기북부병무지청 초입에 들어서면 익숙한 풍경과 마주친다. 저마다 다양한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느긋하게 걸어가는 학생들, 늦었는지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 짐짓 징병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는 병역의무자구나 하며 대견하고 기특한 생각에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대한민국 남성이면 누구나 19세가 되는 해에 징병신체검사를 받게 되며 병역을 이행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기 위한 과정을 거친다. 개인별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에 맞는 병역을 처분받아 적재적소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병역의무이행의 첫 관문으로써 병무행정은 물론 나아가 병무청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기북부병무지청의 구성원인 나는 징병신체검사의 기본검사에 포함되어있는 혈압을 측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징병신체검사의 혈압측정은 모든 병역 의무자를 대상으로 자동혈압계로 1차 측정 후, 혈압 수치가 높을 경우에는 수 분 동안 긴장을 풀며 안정을 취한 후 여러 번 수동혈압계로 2차 재측정한다. 재측정 후에도 혈압이 높으면 전문내과징병전담의사의 판단하에 치료기간을 두고 재검이나 신체등위판정을 받게 된다.
과연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혈압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나조차도 고혈압은 그저 연세 지긋하신 분들에만 찾아오는 단순한 감기처럼 생각해왔다. 하지만 징병신체검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는 병역의무자 중 적지 않은 인원이 정상범위에서 벗어나 고혈압 판정을 받고 있다. 문제는 본인의 건강에 대해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학생보다는 일상생활에 당장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학생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며칠 전 징병검사에서 혈압으로 재검을 받고 귀가한 병역의무자의 어머니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고혈압으로 판정을 받아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이렇게 혈압이 높은 경우, 아무런 치료 없이 방치하면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며 식이, 운동·생활요법 등 주의사항을 듣고 왔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혈압이 높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병무청 징병검사를 통해서 아들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셨다. 정확한 혈압측정과 주기적 혈압체크, 혈압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안내는 징병검사 의료기술요원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한 것인데, 누군가에게는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마음이 뿌듯하고 보람찼다.
경기북부병무지청 징병검사장에서는 하루 평균 200명 내외의 젊은 병역의무자들이 신체검사를 받는다. 정밀 의료장비뿐 아니라 징병전담의사, 의료기술요원, 행정인력이 배치되어 쾌적한 환경에서 정확하고 공정한 신체검사가 실시되며, 자율적 병역이행분위기 조성 및 국민편의를 위한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신체검사 결과에 따른 질병 상담 및 치료정보 제공, 지역사회 보건소 등 유관기관 협업체계구축, 방사선영상 자료 CD 제공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징병신체검사를 단순히 병역이행을 위한 의무로 생각하지 말고, 병역의무자 본인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