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바둑판 위에는 승자를 꿈꾸는 흑과 백의 군대가 맞붙는다. 그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들은 나이도 국적도 개의치 않는다. 모든 것은 공배를 매울 때 판가름 난다.
의정부시 녹양동 진시영(16)군은 현재 바둑 프로2단. 2004년 중3 때 입단한 뒤로 지난해 GS칼텍스배와 원익배 등에서 본선 진입, 올해 신인왕전 4강 고지까지 올라서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는 진군은 바둑계의 새로운 바람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바둑학원을 다니다 6학년 때 한국기원연구생에 입문했다. 허장회 9단 바둑학원을 거쳐 프로의 길로 나아가며 바둑이 싫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바둑이 그냥 좋아요.”
현재 한국기원에 등록된 국내 프로기사는 210명. 그중 진군은 2006년 승부로는 14위, 기원랭킹 46위라고 한다. 한국, 일본, 중국 3국이 참가하는 LG그룹배에 올해 초단으로 진출했다. 초단이 LG배 본선에 진출한 것은 과거 이세돌, 윤준상 등 단 두 명뿐이었다. 또한 지난 준우승자인 중국 천야오예와 함께 본선 최연소 출전자였다. 예선 준결승에서 조훈현 9단과 대국을 두어 승부를 겨룬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진군은 지난 5월경에 2단으로 승단했다.
“바둑은 자기와의 싸움이며 승부가 명확하지요.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됩니다.”
진시영군의 목표는 국내 타이틀을 따서 세계대회에 출전, 우승하는 것. 거성을 공략하는 장수의 심정이다.
“바둑,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아요. 나아가 국내외 쟁쟁한 이들과 한번 겨뤄보고 싶습니다.”
바둑 등 각 분야에서 특출한 대표적인 인물을 예로부터 국수(國手)라 불렀다. 종신 ‘국수’ 칭호를 수여받은 조치훈 9단, 그리고 이창호 기사에 이어 진시영군이 한국 바둑의 전설을 이어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