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쿠데타는 야간통행금지와 신문·방송검열로 시작된다. 박정희의 5·16도 유신쿠데타도, 전두환·노태우의 친위 군사반란도 모두 그랬다. 야간통행금지는 국민의 발을 묶어버리는 전국적 규모의 인신구속이고, 신문·방송검열은 국민의 눈·귀와 입을 틀어막아 노예로 만드는 채찍이다.
그래서 쿠데타라는 폭력의 그늘 속에서 알게 모르게 언론과 그 구성원들이 관련되게 마련이다. 정치군인의 졸개가 돼서 입신출세하는 언론종사자가 있고, 드물게 언론의 정도(正道)를 포기하지 않고, 고초를 겪는 언론인도 없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직속의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점찍은 최시중 후보자도 동아일보의 정치부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1988년 전두환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6개월만에 정치부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23년 전인 1985년 분당 서현동의 논 2천10㎡(611평)를 3.3㎡(1평)당 6만여원으로 친지들과 공동 매입했고, 공시지가로 3.3㎡당 20배나 올라 124만원이 됐다. 그는 이 땅의 지분 3분의 1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충남 홍성에서 임야를 공동매입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이나 예금을 포함해서 재산총액이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만으로도 이명박 정부 구성원으로 손색이 없다고 할만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배경에 대해 동아일보는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국분석과 선거전략 등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구해 'MB의 멘터'로 불려왔다"는 것이다.
언론이 바치는 꽃다발 'MB멘터'
'멘터'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의논상대(고문), 지도자, 스승"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는 '정치인 이명박'의 개인교사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는 '멘터(Mentor)'라는 낯선 영어가 이명박의 이니셜 'MB'와 한묶음으로 유행하게 됐다.
'MB의 멘터'-그것은 권력의 향방에 민감한 이명박 정권시대의 언론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게 바치는 꽃다발이다. 대통령직속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독립기구인 방송위원회와 달리 정권의 외곽조직이다. 태생적으로 군사독재시대 공보부(또는 문공부)의 부활이라고 할만하다.
군사독재시대의 공보부(또는 문공부)가 신문·방송을 통틀어 통제하는 언론탄압부였다면, 오늘날의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뉴미디어를 총괄하는 정부 외곽기구라는 게 다르다. 결국 대통령직속의 방송통신위원회는 관할영역이 방송과 뉴미디어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과거의 공보부(또는 문공부)와 다를 뿐 언론통제라는 관점에서는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부가 '정치인 이명박의 멘터'라는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는 사실은 과거 군사독재하의 문공부(또는 공보부)의 부활을 알리는 나팔소리와 같다.
최시중 후보는 '반란수괴 전두환'과 골프를 치고 정치부장 자리에서 낙마했고, '정치인 이명박과 유착해서 '아무개의 멘터'라는 우스꽝스러운 영어를 보급시킨 이 시대 권력형 언론의 스타다.
언론독재에 방송·통신까지 헌납
그는 이미 사라진 듯 했던,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군사독재시대 사이비 언론의 기억을 상징하고 있다. 그 밑바닥에는 이 나라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과점신문의 언론권력에 방송과 뉴미디어를 접목시키려는 기득권 세력의 '거꾸로 가기' 정치가 있다.
'과점 언론권력+방송과 뉴미디어'라는 정략이 이루어진다면 이 나라는 만인의 당 기관지 '프라우다'와 모스크바 방송이 조종하는 허수아비였던 스탈린주의의 나라 소련의 재판이 될 것이다.
여론을 권력의 직접적 통제 하에 두려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적어도 방송위원회처럼 중립적인 독립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 나라는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대표해서 행정부를 감시·견제하는 내각책임제의 나라가 아니다.
행정부가 배타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제 하에서, 방송·통신까지 지배하게 한다는 것은 지금의 언론독재에 방송·통신까지 헌납하는 끔찍스런 '거꾸로 가기'가 될 것이다.
만일 국민이 권력의 거꾸로 가기에 한 번 양보하면 권력은 두 번째 양보를 요구하고, 두 번 양보하면 세 번째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방송과 뉴미디어의 통제를 넘보는 상황에까지 왔다. 이대로 간다면 결국 KBS 2TV와 MBC의 민영화, 그리고 신문·방송 겸영 허용까지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언론인/정경희의 곧은소리/미디어오늘(www.mediatoday.co.kr)과 기사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