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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사람들의 원성 “내시 등살에 못 산다”
살아있는 양주설화①-장흥면 일영지역
  2017-05-17 13:06:3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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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장흥면을 옛날에는 서산(西山)이라고 했다. 서울의 북쪽인 장흥을 왜 서산이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송추를 안 서산, 장흥을 바깥 서산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장흥에 가면 서산이라는 이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시골 산골짜기였던 이곳에 ‘돌멩이와 내시 등살에 못 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오랫 동안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다가 2012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행한 <한국구비문학대계> 경기도편을 채록하는 과정에서 장흥면 일영4리에 사는 주민 박성휘씨의 구술로 기록되었다.

왕의 바로 옆에서 수많은 일을 보고 들으면서 살았던 내시들의 권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면에서는 실세였다고 할 수 있었는데, 대궐을 나온 이후에도 그들의 권력은 실로 막강했다. 서산으로 들어온 내시들은 글을 알뿐만 아니라 지식도 재산도 평민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대궐을 나올 때 가지고 온 재산으로 땅을 사니 자연적으로 평민들보다는 형편이 훨씬 더 나았고, 평민들은 일이 터졌다하면 내시에게 가서 고충을 이야기하여 해결해왔던 것이다. 더구나 민초의 가장 힘겨운 일이었던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서 내시의 꽉 찬 창고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쌀을 빌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러다보니 평민들은 내시에게 자연적으로 굽신굽신하면서 살게 되었고 명절이나 한식, 대보름 등 무슨 때가 되면 밥 한 끼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층층시하 노비제도’라고 노비제도가 있던 시절에 왕의 하인인 내시가 재산이 있으니 자기 밑으로 또 노비를 두었다는 말인데, 내시들이 가난한 백성들을 노비 아닌 노비로 부리면서 힘들게 했던 것이다. 예법을 내세우면서 아침에 마주치면 인사를 ‘제대로’ 해야 했고, 그 지역의 어른으로 모시면서 살아야 할 정도이니 사람들의 입에서는 “내시 등살에 못 산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던 것이다.

이 이야기의 구술자는 어린 시절 마을에 살던 내시를 보며 자란 마지막 세대라고 하는데, 그때 삼하리, 삼상리, 일영리, 울대리 등 장흥면에는 내시가 10호 이상 살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눈으로 본 내시들은 좋은 풍채에 여름에도 버선을 신어 품격 있어 보였는데,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의관을 차려입고 나가는 것을 보면, 거친 노동에 찌들고 옷조차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더욱 기가 죽었을 법 하다.

더군다나 사는 것이 어려워져도 직접 일하는 법 없이 꼭 일하는 사람을 두었으니, 내시의 권한은 실로 막강했을 것인데, 구한말에는 이들이 사회적인 실권을 잡기에 이르렀다. 학식이 높은데다 일대의 양반 등 권력층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활동력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니 일제강점기에 면장을 지내기도 했고, 이후에는 학교로 들어가 교장 선생님이 되기도 했다.

내시 등살에 잔뜩 주눅 들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나마 한 가지 내세울 것은 있었다. 바로 자식이다. 후사를 잇지 못하는 내시의 처지를 보면서 이것만큼은 당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궁에 있는 어린 내관을 양자로 들이는 내시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양자를 자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예법에 따라서 무섭게 대하기만 했다. 이래도 예쁘고, 저래도 예쁜, 아무리 봐도 귀엽고 예쁜 것이 자식들인데, 내시의 부자관계를 보면서 이해하기 힘든 세계라고 여겼으리라.

권력의 세계에서 물러나 시골로 들어와 다시 자기들만의 권력을 만들었던 내시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민초의 시각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보는 지금 “내시 등살에 못 산다”는 말이 설화라기보다는 오늘날의 세태를 다시 읊어내는 말이 아닌가 싶다.
2017-05-17 13:57:25 수정 이재희 기자(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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