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손을 씻는다. 문고리 만지고도 손을 씻고, 출석부 만지고도 손을 씻고, 화장실 들어가서 일보기 전후로 몇 번씩 손을 씻는다. 그는 동료나 학생들이나 지인들과 악수하기를 몹시 꺼려한다.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악수를 하게 되면 곧바로 달려가 손을 씻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집 화장실 아니면 절대로 대변을 보지 않는다. 평소에 참는 것이 훈련이 되어 있어 꼭 집에 와서 일을 해결한다. 외출한 후 집에 오면 몇십분씩 손을 씻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돈이나 다른 이들의 물건은 거의 만지지 않는다.
K는 학교에서 친한 동료 선생님들이 없을뿐 아니라 그가 가르치는 과목 수업만 들어가고 기타 다른 업무는 전혀 맡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과도 수업에 관한 질문과 가르치는 말 이외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은 참으로 답답하고 측은하기도 하겠지만 본인은 정말 더 갑갑하고 불안하고 여러 가지 죄책감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스스로 매우 괴롭다. 결국 버티다가 학교도 사표를 냈고 집안에 은둔하며 지내고 있다.
K는 심한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 속에 늘 불안한 일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하며 그것을 막기 위해 씻는 행위 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왜 이런 강박증이 그를 괴롭히게 되었을까? 그는 일종의 믿음을 갖고 있다. 자기가 생각한 일들이 실제 생활에서 꼭 일어난다는 맹신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렸을 때 일들과 매우 관련이 있다.
K가 새로 산 일기쓰기 다이어리를 누가 가져갈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있었는데 그 다이어리가 실제로 없어졌고, 오늘 도둑이 집에 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며칠 후 밤도둑이 들었고, 새로 전학 온 친구와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친구가 자신을 무시하고 뺨을 때리고 침까지 뱉는 모욕을 받았고, 오늘 손을 씻지 않고 양치질을 하지 않고 잤을 때 균이 침입해서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감기 기운이 왔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다 보니 자신의 생각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져 이같은 강박증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받고 끝났으면 강박증까지는 안왔을텐데 K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통해 오랫동안 불안감이 지속되었고, 지금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지경에까지 온 것이다. 가장 심할 때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마치 자기가 그런 나쁜 생각을 해서 일어났을 것이라는 책임감이 들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한다. 그는 결국 정신과에 다니며 약물치료와 인지치료, 행동치료를 병행해서 받고 있다.
강박증이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정신적 질환이다. 예를 들면 현관문을 잠그고 가다가 갑자기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가서 확인해보는 행동을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한다든지, 가스불을 안끄고 나온 것 같아 자주 확인한다든지 하여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증상들이 그것이다.
강박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훨씬 강해서 잘되지 않고 계속 그런 행동을 하게 된다.
강박증 환자를 곁에 두고 보는 사람들도 괴롭지만 가장 괴로운 사람은 당사자이다. 환자는 스스로 증상을 조절하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자신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며, 자신의 행동이 과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도 반복적인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대개 이런 강박증 환자로 진단 내려질 경우 약물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가 행하여진다. 약물치료로는 부족한 세로토닌을 충분히 존재하도록 하는 우울증 치료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행동치료로는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이 사용한 화장지를 만지게 하는 ‘노출’ 단계와 그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씻기를 해왔던 것을 멈추게 하는 ‘반응방지’ 단계의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환자가 매우 불안해 하지만 치료받으면서 환자는 불안을 유발시키는 상황에 대해 익숙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현저히 줄어든다.
하하웃음행복센터의 웃음치료 시간에도 강박증 환자들이 종종 온다. 그들은 집단적이고 폭발적인 웃음에너지에 처음에는 적응을 못한다. 그러나 한두 번 계속 다니다보면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우선 웃다보면 엔돌핀,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호르몬이 적정하게 분비되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보다 약간 우위로 올라오게 되어 평정을 찾게 된다. 그리고 웃다보면 자신의 강박적 사고와 행동이 너무 과민하였음을 스스로 깨닫고 자연스럽게 치유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왜 그 수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의미 없는 행동을 해왔던가 하는 자성의 마음이 스스로 일어나기도 하고, 웃음이 주는 대범하고 용기 있는 심적 반응에 스스로 ‘노출 및 반응 방지’ 단계인 행동치료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강박증 환자들을 모두 웃게 만들면 이 세상의 불안한 마음들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웃어서 자기의 잘못된 믿음을 깨자. 웃어서 강박증을 떠나보내자. 웃자. 웃자. 웃자. 또 웃자!
하하 웃음행복센터 원장, 의정부제일간호학원 원장, 웃음치료 전문가(1급), <웃음에 희망을 걸다>, <웃음희망 행복나눔>, <15초 웃음의 기적>, <웃음은 인생을 춤추게 한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