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타조보다 빨리, 바람보다 빨리 달린다.” 영화 <갈리폴리>에서 나오는 대사다.
그들은 달린다. 영화에서는 친구와 전우의 목숨을 위해서였지만 지금 달리는 이들의 목표는 기록에 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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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종림 교장선생님, 서준열군, 김갑수 선생님 |
양주시 백석읍 은봉초등학교. 김종림(59) 교장선생님은 평소 체육에 관심이 많아 젊은 시절 빙상선수로 뛰던 경험을 살려 각종 체육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은봉초등학교는 육상, 빙상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3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6학년 서준열군이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을 제치고 200m와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룩했다.
“메달 받은 건 좋은데 1등 못해 아쉬워요.”
은메달을 딴 기쁨보다는 완전한 승리를 아쉬워하는 서군은 또래의 남자 아이들과 특별히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만 균형잡인 체구와 그 속에 번쩍거리는 열정이 남다르다고 할까.
서군이 스프린터(sprinter)가 되기까지는 옆의 김갑수(31)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김선생은 일찍부터 이 소년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훈련을 같이 거듭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선생은 서군이 집중력이 강해 말을 잘 따라주었다고 공을 돌린다. 코치와 학생간 유대가 강하다는 것이 두 사람의 자랑이다.
서준열군은 5학년 때 동두천시 대회에서 첫 입상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올해에는 경기도대표 선발전에서 대회 신기록을 내 당당하게 도대표로 나가게 되었다. 올해 울산에서 열린 제35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서군의 200m 결승 기록은 25.18초.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육상 트랙에서 0.01초의 의미를 아는 이에게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서준열군은 운동을 계속하여 단거리 선수가 되고 싶은데, 동양인은 세계대회에서 한계가 있다며 부모님이 공부쪽을 권유해 고민이라고 한다. 그의 꿈은 달리기 하나로 동양인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는 것이다.
컴퓨터와 TV에 몰두하는 또래들과 달리 운동, 구기, 달리기가 좋다는 소년, “같은 서씨라서 남다르지가 않아요”라면서 서말구(한국 100m 최고기록 보유자) 선수를 존경하고 앞으로 그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서준열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