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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회복으로 이어진 사랑의 책’
법무부 의정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김남중
  2019-04-16 15:20:43 입력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나는 보호관찰관으로서 수시로 이 말을 마음속에 되새겨보곤 한다. 많은 사람은 “나쁜 죄를 범했으면 당연히 미움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보호관찰대상자를 사랑과 관심으로 대하고 건전한 시민으로 복귀하도록 도움을 주는 보호 관찰관은 이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호관찰대상자들이 상처받은 닫힌 마음을 열고 드넓은 희망의 공간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보호관찰관이기 때문이다.

형기 종료 전자감독대상자인 이○○(43세, 남)은 처와 이혼 후 초등학생인 아들을 양육하였으나, 무직으로 우울증이 심해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하였다. 대상자는 면담할 때 무표정한 모습으로 거의 말을 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어느날 대상자 집으로 현지출장을 가던 중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없이 앉아 있던 대상자의 초등학생 아들 생각이 났다.

인근에 있는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와 과자를 사가지고 대상자의 집으로 향했다. “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사 왔는데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초코파이와 과자를 건네주고 대화를 해보니 대상자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대상자에게 진정 힘들었던 것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어린 자녀에게 비치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러 사례를 경험하면서 일반보호관찰대상자보다 가족관계 손상 정도가 심한 전자감독대상자들의 손상된 가족관계를 회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가족관계 회복을 도와줄 수 있을까? 가족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니 배우자, 자녀와의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학생인 자녀에게 맞게 교육적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니 의외로 수월하게 정리되었다. 그것은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낱권으로 주는 것보다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집류가 좋을 것 같았다.

이후 책을 기증받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도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초코파이를 맛있게 먹던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몸에 기합을 한번 불어 넣은 후 다시 전화번호를 돌렸다. 10여 회 전화 시도 후 H 출판사에 전화하였다. 전화를 받은 총무국장은 “보호관찰소에서 참 좋은 일을 하는데 우리 회사에서 도와줄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연락을 드리겠으니 공문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기쁜 마음에 신속하게 공문을 보내고 수회에 걸쳐 도서 기증 협의를 하였다. 마침내 출판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키즈자연, 리틀과학그림책 등 아동·청소년용 우수 도서 전집 23세트(1,029권), 금액으로 1,200만원 상당의 도서를 기증받았다. 사무실에 쌓여있는 책더미를 보니 마음속에서 벅차오르는 뜨거운 감정이 느껴졌다.

직원들과 도서 전달 회의를 통해 대상자 가정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달도서를 선정하고 다음 날부터 직원들이 현지출장을 가서 기증받은 도서를 1가정에 1세트씩 전달하였다.

전집류를 전달받은 대상자는 “보호관찰소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감사하다. 배우자, 자녀들과의 소통과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모처럼 밝게 웃는 대상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작은 일이지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도서를 전달받은 대상자들은 이후 가족관계 회복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준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가족관계의 소중함과 보호관찰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가수 인순이가 열창한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 가사처럼 날지 못하는 거위(전자감독대상자)가 주변의 비웃음과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라는 벽을 넘어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도록 보호관찰관으로서 도와주고 그들이 웃는 그 날을 함께 하고 싶다. 누군가의 도전과 열정으로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듯 보호관찰관의 사랑과 헌신은 한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보호관찰 현장 속으로 달려간다.

2019-04-22 17:25:49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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