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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논문 작성과 도둑질
  2019-09-06 16:27:22 입력

현 의료환경의 의사라면 의학논문과는 친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교과서 즉, 텍스트라 불리는(문학에 있어서 고전에 해당하는) 부분을 공부하고, 원리를 깨닫고, 인턴과 레지던트라는 과정을 밟으며 15년 이상을 공부하게 됩니다. 전임의 과정과 석·박사 과정까지 거치면 3~4년 더 길어집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며, 새로운 내용들이 검토되고, 승인되며, 다시 교과서에 실리는 과정이 반복되므로 본인이 학생, 인턴일지라도 의학저널을 통해 의학논문을 읽고 새로운 정보를 취득해야 뒤쳐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수련기간을 통해 몇 편밖에 의학논문을 써 보지 못했거나 혹은 수련을 안 받으셨다면 단 한 편도 써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필자의 경우 수련의 시절 논문으로 제1저자 2편, 공동저자 2편, 석·박사 논문으로 2편 등 총 6편입니다.)

연구실에서 나와 임상에서 실제 환자를 보는 업무가 주가 되다 보면,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지 않고서는 의학논문을 쓰는 일은 멀어집니다. 대부분의 전문의들은 인턴 1년과 수련의 4년 과정을 거치고, 전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한 편 이상의 제1저자로서 각과 의학논문을 각 수련학회(저자의 경우 정형외과학회)에 제출해야 각 학회에서 전문의 시험자격을 부여합니다.

그러기에 수련 4년 동안 자연스럽게 선배 수련의와 한 팀을 형성하여 의학논문 자료수집 및 작성방법을 교신저자인 지도교수를 통해 수없는 상담과 교정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선배, 교수와의 인간관계 색깔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밤새 작업하며 상대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이 자연히 유발됩니다.

인턴부터 시작하는 자료찾기가 첫 작업입니다. 레지던트 1년차가 되어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지만, 고 년차의 논문주제에 따른 환자 차트와 엑스레이 등 방사선과 필름, 관련 논문 등을 차트 보관소, 필름 보관소, 대학 도서관에서 대여하거나 복사해 조달하는 업무를 맡습니다.(요즘은 PACS, EMR 등 전산화로 자료를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어 정리하는 수고가 많이 줄었습니다.)

2년차가 되면 보통은 자료정리를 하는 수준입니다. 차트를 통해 정보를 정리하고 엑스레이 등 영상의학과 자료를 통해 필요한 수치나 통계를 냅니다. 그러한 자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시기이기에 본인은 제1저자로서의 논문에 대해 생각하고 계획하기 시작합니다. 어떠한 주제를 설정할 것인지, 왜 그 주제를 정하게 되었는지, 배경되는 의학적인 사실과 주장은 어떠한지, 어떠한 방법으로 자료를 모을 것인지, 어떠한 결과를 예측하며, 나온 결과치에 대해 어떠한 방법으로 분석할 것인지 숙고해야 합니다.

3년차가 되면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고 점검하는 시기가 됩니다. 자료를 보완하고 통계를 점검하며 교수님과 대화를 통해 그 논문의 철학도 다듬어갑니다. 4년차 초반에 논문이 완성되면 금상첨화겠지요. 전문의가 되기에 필요한 학문적인 지식을 가다듬고 점검해서 전문의 시험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학논문의 목적은 저자가 경험하고 실험한 결과치를 가지고 기존의 존재하고 주장되는 학문적 내용과 비교하여, 동일할 때는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상이할 때는 그 이유와 방법에 대해 기술하여 과학적 결과물을 타인에게 전달해서 그 분야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산고의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겪어 탄생할 논문 한 편이 주는 의미는 저자에게는 자식과도 비교됩니다.

그러하기에 최근 논란이 된 고교 2학년이 2주간의 인턴 과정을 통해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고 하는 사실은 의도적인 이름 올리기에 불과한 명백한 대필행위이고, 학문적인 도둑질에 해당됩니다. 의학에 먹칠하는 행위를 저지른 교신저자에 대해 대한의학회가 올바른 징계를 하리라 기대해봅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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