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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의 현실외교와 풍전등화 한반도
  2019-11-25 10:14:46 입력

선조는 임진·정유전쟁의 참화를 겪고도 자신의 왕권 유지에 연연해 명·청 교체기의 급박한 국제 정세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다이묘들의 패권 다툼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광해군은 조선 최대의 무능한 군주 선조와 달랐다.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에 걸맞은 외교를 펼쳤다. 저무는 태양인 명보다 떠오르는 태양인 후금과의 관계를 더 중시했다.

임진·정유전쟁의 재조지은에 대한 보답을 원하는 명의 원군 요청과 후금과의 관계를 고려해 참전은 하되 전세를 판단해 항복하는 신의 한수를 선택한 것은 한민족 외교사에 백미로 평가받는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조선의 안위를, 냉철한 정세 판단은 백성의 생명을 지켰다.

주적 일본과의 외교도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일본은 임진·정유전쟁의 전범으로서 7년 동안 조선의 영토를 유린하고, 수백만명 백성의 생명을 앗아간 불천지 원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광해군의 외교는 달랐다. 아무리 미워도 지정학적 위치상 절대 외면할 수 없다는 광해군의 냉철한 역사의식은 감정보다 국익을 우선시했다.

광해군은 히데요시 정권 몰락 후 집권한 에도 막부와 국교 정상화에 전력을 다했다. 통신사와 왜관을 통해 에도 막부의 국교 정상화 의지를 확인하고 적극적인 교섭에 나섰다. 마침내 1609년 기유약조를 통해 일본과 정식으로 국교를 재개했다.

광해군의 현실외교는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를 꿰뚫어 지역 질서 안정화에 기여했다. 중원과 일본 열도와의 협력관계 형성은 전후 복구가 최우선인 조선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인조반정은 모든 상황을 뒤집었다. 대의명분을 중시한 서인정권은 유명무실한 인조를 전면에 내세워 친명배금정책을 국시로 삼아 정묘·병자호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삼전도의 치욕으로 상징되는 인조와 서인정권의 비현실적인 외교 실패는 조선 백성의 피를 대가로 삼았다. 수십만명의 조선 백성들은 청의 포로가 돼 머나먼 이국땅으로 끌려가 망국의 설움을 온 몸으로 치렀다. 못난 조선 위정자들의 대의명분 정책의 대가는 처절했다.

최근 한미동맹 와해 위기와 일본과의 사상 최악의 관계, 중국과 러시아의 잦은 영공 유린,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는 태풍 전야와 같다. 광해군의 현실외교가 그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칼럼니스트

2019-11-25 10:21:22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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