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는 부끄러운 위성단체가 존재한다. 일제강점기 중추원이 대표적이다. 일제는 식민지 조선을 독단적으로 통치하지 않는다는 대내외적 홍보가 필요했다. 조선 지식인과 유력 인사들의 조언을 통해 조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바로 중추원이다.
일제는 조선을 헌납한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친일파에게 작위를 주거나 주류에 편입하고 싶은 친일파 정객과 유력인사들을 포섭대상으로 삼아 중추원 직함을 하사했다. 이들은 일제가 준 명예직에 감읍해 일제 식민통치의 하수인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조선 백성의 피를 희생양 삼아 중추원은 식민통치의 총아가 됐다. 해방 이후 중추원에 가담했던 인물들은 친일파의 대명사가 됐다. 아직까지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여야 정치권에는 중추원 세력의 자손들이 득세하고 있다.
유신체제에서도 위성집단이 존재했다. 이른바 유신정우회다. 유신헌법이 통과되면서 역사의 사생아로 태어난 유신정우회는 박정희의, 박정희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친위 위성정당이었다. 유신헌법이 통과된 직후인 1973년 3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73명의 전국구 의원들이 주축이 된 유신정우회는 모당(母黨)인 민주공화당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박정희 정권에 충성했다.
특히 유신정우회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도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친위세력이었다. 박정희의 종신 통치를 위해 유신체제를 지키는 것이 최대 임무였다. 하지만 10.26 사태로 촉발된 유신체제의 비참한 종말과 함께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 정치권을 갈갈이 찢으면서 탄생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한 괴물을 탄생시켰다. 원래 정당별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일치하지 않아 사표가 다수 발생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보완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권력욕에 미치도록 취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꼼수로 비례위성정당이라는 헌정사상 최고의 꼼수 집단이 발생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괴물을 만들 때 그 누구보다도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던 더불어민주당도 은근슬쩍 복제정당을 만든 점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누가 먼저 만들었냐를 따지기에 앞서 둘 다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후안무치라는 단어는 이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48.1㎝에 달하는 비례대표 용지는 시대착오적인 우리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