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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
  2020-04-06 17:30:13 입력

대한민국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신종 플루부터 사스, 메르스에 이어 이번 코로나19까지 많은 희생과 수고를 치렀습니다. 정부는 가장 최근인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뒤 백서를 작성하며 다시는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국가의 진취적인 자세와 위기관리 시스템이 국민의 목숨을 살린다는 교훈을 백서를 통해 전달코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백서는 책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대한의협에서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70%가 중국발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고, 선제적이지 못했으며,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대구지역 의사들은 84%가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습니다. 코로나와 최전선에서 싸운 의사일수록 정부의 대처에 더욱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습니다. 대구 경북 현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온 의료진은 코로나19의 전염성이 너무 강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잠복기에 전염되는 경우도 있고, 증상 없이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감염자도 발견됐습니다. 사스와 메르스는 증상이 심해짐에 따라 바이러스 배출량이 증가하여 환자를 신속하게 격리시키면 전염을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코로나19는 증상 발생 초기에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전염을 차단하기에는 이미 늦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만 한정해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전략을 펼친 것입니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는 환자들을 아무리 열심히 추적한다 하여, 어디에선가는 전염이 시작돼 집단감염까지 이른 뒤에서야 발견되는 사례들을 보면 완전한 차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선제적인 대응과  전방위적인 차단이 필수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의사들은 정부 대처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은 ‘중국으로부터의 유입 원인을 빠르게 차단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확진자 수가 국내에서 확진되는 환자 수를 뛰어넘을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경 차단을 미루는지 필자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장비 부족과 시설 미비, 대구 현장 의료진에게 지급하려던 수당의 졸속 변경, 대구로 파견 다녀온 공중보건의사에게 격려는커녕 마을을 떠나라는 주민들, 17세 원인 불명 폐렴 사망자의 결과를 두고 오염 책임을 물어 대구지역 최고의 대형병원 검사실 문을 닫게 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병원에 구상권 청구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경기도는 분당제생병원을 ‘접촉자 명단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보다 위험한 것은 의료진과 관련 공무원들입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수고할 때, 포상이나 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병원 감염을 방치하거나 일부러 퍼뜨릴 가능성도 없습니다. 감사와 응원의 말은 해주지 못할지언정 책임을 뒤집어 씌워 희생양을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메르스 때 삼성병원을 마녀사냥 했던 정부가 지금 또 의료진을 토사구팽 한다면, 다음에 동일한 상황이 발생할 때 정부는 의료진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양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고령의 환자라 폐렴 합병증을 이기지 못해 돌아가셨습니다. 양주시도 이제 본격적으로 코로나 19와의 전쟁에 돌입하였습니다. 많은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환자 분류와 그에 따른 치료, 선제적인 방역 그리고 양주시민들이 동참하는 자가격리를 통해 조정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많은 의료진의 자발적인 참여, 양주시의 의료 현장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 그동안 양주시민들이 보여줬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을 통해 코로나19로부터 잘 이겨낼 것을 확신합니다.

양주예쓰병원 원장

2020-04-06 17:51:03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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