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만 18세 청소년들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을 뽑는 모든 공직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1949년 21세이던 선거연령은 1960년 20세, 2005년 19세로 낮아졌고 14년 만에 18세로 재조정된 것인데 고3 청소년들에게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첫 번째 선거가 되는 셈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도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보장하고 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투표하는 것은 이제는 특이한 광경이 아니다. 성숙한 청소년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선거연령 하향은 민주주의 사회로의 또 다른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정치 성숙도를 감안해 시기가 이르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지만,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참정권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일본 등 32개국의 선거연령은 만 18세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만 선거연령이 만 19세였다. 만 18세는 정치적 결정을 할 충분한 능력이 있고 민주주의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사회 구성원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구, 유관순, 김주열 등 우리가 아는 이들 모두 10대에 큰일을 해낸 분들이다. 유관순은 17세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으며 김주열도 17세 때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백범 김구 선생 역시 19세에 동학군 선봉장이었던 사실을 떠올려보라.
법률적으로 만 18세부터 법적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혼인과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며 공무원이 될 수 있지만 선거권은 없다는 것에 대해 형평성 논란도 많았다. 이제껏 입시 제도나 청년 일자리 등 청소년들과 직결된 여러 정책 과정에 실제 대상이 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공분 속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이 투표권 행사를 통해 자신들을 위한 정책 과제를 요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니 앞으로 관련 정책과 그 추진 역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4·15 총선 때 선거권을 갖는 고교생 유권자가 14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에 ‘청소년이 정치 참여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이다’라는 기대와 동시에 교실의 정치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에도 일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정치사상을 강요했다고 해서 논란을 빚은 일이 있었는데, 결코 학교가 정쟁의 장소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청소년들의 표심을 오염시키지 말고 교실의 정치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특정 이념, 가치관을 주입하는 강압적 정치교육을 금지하도록 하고 학생 유권자들이 이성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도록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보인다. 선거법 교육을 통해 깨끗하고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들의 투표 활동을 독려하여 그들이 자기 권리를 당당히 찾아가는 주체적인 삶을 그려갈 수 있도록 이러한 제도적인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좀 더 성숙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