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정치적 함의가 농후한 발언이 김문원 의정부시장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김시장은 지난 14일 오후 5시 시청 중회의실로 지방선거 당선자들을 불러 초청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어 관내 한 식당에서 당선자들에게 저녁식사겸 술을 먹이면서 거리낌 없이 “이학세 의장”을 호명하며 7월5일 새로 구성될 제5대 의정부시의회 원구성 방향을 제시했다.
시가 처음 주최한 당선자 간담회도 ‘정치적 과시용’으로 비치는 마당에, 술까지 사먹으면서 농담을 던지기에는 의정부 정치판이 그리 순수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동안 의정부 정치판은 열린우리당(국민회의-민주당)과 한나라당(민자당-신한국당)이 각각 파벌을 이루고, 정쟁을 일삼아온 중앙정치의 축소판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시의회 수장을 행정부 수장이 함부로 거론하는 것은 시민들을 우습게 알고, 민의를 짓밟는 폭거나 다름없다. 시의회는 시행정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균형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와 의회가 한통속이라는 것을 김시장은 민선4기-제5대 의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의장으로 호명된 이학세 의원 본인이야 ‘김시장의 농’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소한 한나라당 안에서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의원 13명중 9명이 한나라당이고, 9명중 7명이 초선이다. ‘쪽수의 힘’을 받는 안계철 의원(3선)과 이학세 의원(2선)이 의장 자리를 두고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시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을 등에 업은 행정부 수장이 홍문종 한나라당 도당 위원장과 교감했거나, 아니면 한나라당의 각본을 보고받았거나, 자신의 정치력을 과시하기 위한 돌출행동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시스템을 바라는 의정부시민들로서는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원하지는 않았겠지만 한나라당 일색의 시의회를 만들고, 그 시의회가 한나라당 ‘정치거물’ 김문원 시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는 게 오히려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데 소중한 한표가 부끄럽지 않게 시와 의회를 감시하는 책임까지 어깨에 올려놓아야 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