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연호를 되찾자
문예샘터 칼럼/김문희
2012-03-06 21:11: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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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학원에서 추진하는 ‘단기연호 부활운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각종 행사장 한 곳에서 단기연호 부활 100만인 서명운동 캠페인을 펼치는 것을 보신 분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상에서 접한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단기연호 부활이란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 더 많고, 듣기는 했으나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5년 전 국학원에서 실시한 ‘민족혼수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이후 국학원에서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발하여 고구려 되찾기 운동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것도 바로 국학원입니다. 단기연호를 부활하자는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는 단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단기는커녕 개천절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더군요. 아이들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 중에서도 10월3일 개천절이 왜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는지 모르는 것을 보고 저는 마음 속으로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개천절은 단군왕검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입니다. 단기(檀紀)는 고조선이 건국된 BC 2333년을 기준으로 날짜를 정하는 우리 고유의 연도 표기법으로 올해는 단기 4344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뿐 아니라 일제강점기에도 단기연호를 썼는데, 1918년 대한독립선언서, 1919년 3월1일 기미독립선언서는 물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도 단기연호를 사용했습니다. 광복 직후 법률 제4호 ‘연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라고 명기하고 국가 공식연호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도 온 국민이 함께 사용하며 반만년 역사의 자부심을 느껴왔습니다.
그러던 단기연호가 언제부터 갑자기 서기연호로 바뀌어 일반화되었을까요? 1962년 1월, 단기의 공식적인 사용이 처음으로 금지되었는데, 이는 근대화 경제발전을 시급히 추진해야했던 약소국으로서 서구열강에 통용되던 서기를 국가 공식연호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반만년 역사의 상징인 단기를 우리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과의 경제협약에서 우리나라를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으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단기연호를 사용하지 않고 서기(서력기원)를 사용하라는 제안을 수락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단기연호를 버린 것입니다.
제가 이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는 그 당시 경제대국이었던 미국에 구걸하며 구조를 받기 위해 민족혼을 판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러나 그 때 상황에서는 우리나라가 너무도 가난하여 우리 국민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단기연호를 포기해 버린 우리나라는 그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하여 지금은 세계에서 경제 우수국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한 동안 단절했던 단기연호를 되살려야 할 시점이 아닙니까? 국학원에서 주관하는 단기연호 부활운동은 법률을 개정하여 서기와 단기를 함께 쓰자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그동안 사용해온 서기를 갑자기 단기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서기를 사용하되 큰 불편이 없는 경우 우리 민족의 건국기원인 단기를 서기와 병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단기연호 함께 쓰기’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글로벌시대라 하더라도 중국, 태국, 네팔,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에서는 자국의 고유한 연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군의 후손으로 이 땅에 태어난 우리가 우리의 고유한 단기연호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반만년 역사를 포기하는 것이고, 서구 문명에 고개를 숙인 채 사는 것과 다름없으며, 역사적 자긍심과 자존심을 버리는 일입니다.
단군연호 사용은 우리 국민이 반만년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지구촌 많은 나라에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21세기에는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인인간(弘益人間) 정신을 널리 펼치어 대한민국이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세계 지도국으로 멋지게 나서게 될 것입니다.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h*2012/03/06/4f560019732d4.jpg|311054|jpg|1.jpg#@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